상화의 시

이중(二中)의 사망(死亡)

- 가서 못 오는 박태원(朴泰元)의 애틋한 영혼(靈魂)에게 바침

죽음일다!
성난 해가 이빨을 갈고
입술은 붉으락푸르락 소리 없이 훌쩍이며
유린(蹂躪)받은 계집같이 검은 무릎에 곤두치고 죽음일다!

만종(晩鐘)의 소리에 마구를 그리워 우는 소-
피난민(避難民)의 마음으로 보금자리를 찾는 새-
다-검은 농무(濃霧)의 속으로 매장(埋葬)이 되고
대지(大地)는 침묵(沈默)한 뭉텅이 구름과 같이 되다!

「아, 길 잃은 어린 양(羊)아, 어디로 가려느냐
아, 어미 잃은 새 새끼야, 어디로 가려느냐」
비극(悲劇)의 서곡(序曲)을 리프레인하듯
허공(虗空)을 지나는 숨결이 말하더라.

아, 도적놈의 죽일 숨 쉬 듯한 미풍(微風)에 부딪쳐도
설움의 실패꾸리를 풀기 쉬운 나의 마음은
하늘 끝과 지평선(地平線)이 어둔 비밀실(秘密室)에서 입맞추다.
죽은 듯한 그 벌판을 지나려 할 때 누가 알랴.
어여쁜 계집의 씹는 말과 같이
제 혼자 지즐대며 어둠에 끓는 여울은 다시 고요히
농무(濃霧)에 휩싸여 맥(脈)풀린 내 눈에서 껄덕이다.

바람결을 안으려 나부끼는 거미줄같이
헛웃음 웃는 미친 계집의 머리털로 묶은-
아, 이내 신령의 낡은 거문고 줄은
청철(靑鐵)의 옛 성문(城門)으로 닫힌 듯한 얼빠진 내 귀를 뚫고
울어들다- 울어들다- 울다가는, 다시 웃다-
악마(惡魔)가 야호(野虎)같이 춤추는 깊은 밤에
물방앗간의 풍차(風車)가 미친 듯 돌며
곰팡이 슬은 성대(聲帶)로 목 메인 노래를 하듯……!

저녁 바다의 끝도 없이 몽롱(朦朧)한 머-ㄴ 길을
운명(運命)의 악지바른 손에 끄을려 나는 방황(彷徨)해 가는도다.
남풍(嵐風)에 돛대 꺽인 목선(木船)과 같이 나는 방황(彷徨)해 가는도다.
아, 인생의 쓴 향연(響宴)에 부름 받은 나는 젊은 환몽(幻夢)의 속에서
청상(靑孀)의 마음 위와 같이 적막(寂寞)한 빛의 음지(陰地)에서
구차(柩車)를 따르며 장식(葬式)의 애곡(哀曲)을 듣는 호상객(護喪客)처럼-
털 빠지고 힘없는 개의 목을 나도 드리우고
나는 넘어지다- 나는 거꾸러지다!

죽음일다!
부드럽게 뛰노는 나의 가슴이
주린 빈랑(牝狼)의 미친 발톱에 찢어지고
아우성치는 거친 어금니에 깨물려 죽음일다!

목록으로 돌아가기

시의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