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화의 시

비 갠 아침

밤이 새도록 퍼붓던 그 비도 그치고
동편 하늘이 이제야 불그레하다
기다리는 듯 고요한 이 땅 위로
해는 점잖게 돋아 오른다.
눈부신 이 땅
아름다운 이 땅
내야 세상이 너무도 밝고 깨끗해서
발을 내밀기에 황송만 하다.
해는 모든 것에게 젖을 주었나 보다
동무여 보아라
우리의 앞뒤로 있는 모든 것이
햇살의 가닥- 가닥을 잡고 빨지 않느냐.
이런 기쁨이 또 있으랴
이런 좋은 일이 또 있으랴
이 땅은 사랑 뭉텅이 같구나
아 오늘의 우리 목숨은 복스러워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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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해석

-어두운 시대의 소생과 희망의지-

이 시는 1926년『개벽』에 발표된 시다. 이상화의 잘 알려진 저항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비 갠 아침」을 눈 여겨 비교해보라.

시대구분으로 보아 상화 시의 제3기, 후기 시로 보이는「비 갠 아침」은 맑고 밝은 투명한 서정시의 아름다움을 영롱한 이슬 머금은 빛의 생명으로 묘사하고 있다. 자연예찬, 향토적 서정과 가락을 잘 뽑아낸 시다. 건강한 시어, 생명력의 소생(蘇生) 순수한 한글로 초기시의 허무와 저항을 벗어났다.

1926년 『개벽』에「비 갠 아침」과 함께 발표된「달밤」「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역천」등의 시에 비하여 시의 진정성, 서정성, 순정한 자연의 세계의 몰입과 생명의 숭고한 자연의 순리, 생명의 아름다움, 목숨, 기쁨, 희망, 환희, 사랑이 가득 담긴 시이다.
비와 해 하늘 땅 사랑 목숨 생명 등, 자연 시어를 통하여 ‘비 갠 아침’의 정경묘사를 소망, 희망의 빛으로 드러낸다. 일제 강점기에서 시인은 병든 허무를 벗어나 건강하고 소생하는 삶과 자연 희망과 기쁨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빼앗긴 조국의 아픔을 서정의 극치로 재생, 부활, 목숨, 생명의 환희로 기쁨을 새기고 있다.

시인의 가슴 깊이 우러나온 생명의 열락(悅樂)이 어두운 시대에 빛과 소금 ‘비 갠 아침’으로 재현되어 우리의 가슴을 적신다.

해설 : 박해수(시인,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