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근 이상화기념사업회 명예회장 별세

작성자
이상화기념사업회
조회수
1531
작성일
2015.06.26 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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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소설가 윤장근 이상화기념사업회 명예회장 별세

고서적 수집 열정 쏟던 그,
저술 때면 고뇌를 담던 그,
지역문학 자부심 넘친 그,
정원·차 등 풍류를 알던 그,
대구문화 속에 영면하다

오늘(24일) 하늘도 흐렸다. 이 새벽에 윤장근 회장은 사랑하는 가족과 많은 문인들의 애도 속에 타계하셨다. 이제는 우리 곁에서 떠났지만, 그가 남긴 따스한 온기는 여기 고스란히 남았다. 그가 대구문단에 남긴 자취를 되짚어본다.

그가 ‘대구문단 인물사’라는 명저를 남겼다. 윤장근 회장은 오랫동안 대구대에서 일문학(日文學) 강의를 하셨다. 일본의 문우들은 일본문화와 일어 실력이 일본인을 능가한다고 했다. 이는 평소 독서량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수성동 자택에는 지하도서관(?)이 있었다. 오래전, 호남으로 함께 여행 갔을 때 당시 200만원을 호가했던 고문학서적(30페이지 미만)을 사고자 했다. 문학과 관련 있는 책을 그렇게 수집하였고, 그 일부를 추려 서부도서관의 향토문학관에 기증했고, ‘대구문단 인물사’도 저술하게 되었다. 책머리에 ‘사람들은 절망이 문화를 낳는다고 한다. 절망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지 모르나 고난에 부딪혀 본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게 아니다. 그래서 문학사가 아닌 문단사는 고통의 역사를 적어 놓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썼다.

윤장근은 소설가였다. 그의 대표작은 ‘먼 북소리’이다. 책머리에 작가의 고뇌를 적고 있다. ‘쓴다는 것은 고독한 작업이다. 이 책을 읽고 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겐 웃는 사람도 내 졸작에 관심을 가져주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감사함을 느낄 따름이다.’

그는 문학운동가이기도 했다. 이상화 시인 기념사업은 ‘죽순문학’을 창간한 이윤수 시인과 윤장근 회장이 중심이었다. 상화고택과 상화문학을 위해 그가 주축이 돼 만든 ‘상화시인상’은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2001년 ‘이상화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열었고 도록도 간행했다.

그는 시비 건립전문가였다. 오래전 일본 문인들이 대구에 왔을 때, 두류공원의 백기만·이장희·이상화 시인, 현진건 작가 네 분의 시비와 문학비를 안내하는 것이 대구문인들도 자랑스러웠다. “네 분은 같은 시대에 살면서, 3·1학생 만세운동에 참여한 항일문인들입니다.” 유창한 일본어로 하는 윤장근 회장의 설명에 일본 문인들도 감동을 받았다. 두류공원의 현진건 문학비, 수변공원의 이설주 시비, 앞산의 이윤수 시비 등은 윤장근 회장의 열정으로 세워졌다. 한때 문인들은 “윤 회장은 시비건립 전문가로구만”이라고 얘기들을 했다.

그는 풍류인이었다. 문학강연을 일본에서도 했고, 일본문인들의 한국강연엔 통역의 수고도 했다. ‘한국 정원의 미학(美學)’이라는 글을 여러 편 썼고, 도자기에 관한 글도 썼다. 차문화(茶文化)대학원에서 ‘다도(茶道)와 정원’이라는 특강도 했었다. 문학, 자연, 도자기, 정원, 차(茶) 등 폭넓은 문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대구문인들은 그를 ‘걸어다니는 문학사전’이 아니라 ‘걸어다니는 문화사전’이라 부른다.

그런 그가 타계했다. 불교에 관심 있던 그는 구상 시인의 권유로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좋아하던 술, 책, 가족, 문우(文友)들을 두고 하늘나라로 갔다. 이제는 더 이상 그가 보여준 따뜻한 미소도, 뜨거운 문학에의 열정도, 곧고 정직한 성품도 만날 수가 없다. 다만, 그가 사랑했던 상화 고택과 그가 만든 시비, 서부도서관의 향토문학관, 대구문학관 등을 찾으면 여전히 그의 흔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대구 문화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글 하오명 이상화기념사업회 부회장 >

 윤장근 추도시
정녕, 떠나셨습니까

신새벽 무엇이 그리 급해
문을 나서셨습니까
조금만 기다렸다 종달새 참싸리꽃잎
물고 오면 그때 보고 가도
늦지 않았을 북망장도를…


채비는 하고 떠나신 겁니까
외롭지는 않으십니까
나선 걸음 왜 아직 소식 없나이까
보고 계십니까
듣고 계십니까

사방팔방 당신 그리는 젖은 눈빛과
당신이 어루만져 주던 따사로운 손길들이
순간 오가는 인연의 교차로에서
슬프게 곡을 하며 당신 앞에 고개숙이나이다

문학의 끈을 이어 밤하늘 별을 따신 당신
술이 좋아 글을 쓰고
친구가 좋아 술잔이
마르지 않았던 그 시절 옛친구들이
오늘은 참지 못하고 ‘낙화유수’ 가락에 마중나오셨겠지요

미워도 미워 않겠습니다
원망도 않겠습니다
다만 슬퍼우는 눈물일랑 거두지 말아주십시오
천지가 홍수져도 요단강 건너 다시는 오지 않으시니
생자필멸의 진리를 되뇌이시고
사후불멸의 순리를 순용하신 님
부디 고이 모셔 주십시오

사랑하는 주님품에 임마누엘을 인도하여 주십시오
어느 유월 더 이상 슬프지 않은 날
긴 장마와 긴 하품속에 불현듯
미소짓는 부활한 당신이길
두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글 남재현 시인>

 

 

 

# 부디 편안히 가시기를

누가 나에게

이곳 대구 문단에서 문학을

진정으로 사랑한 한 사람을 묻는다면

나는 내가 본 당신에 관해 대답하리라.

당신은 소설가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짓밟힌 젊은이들의

마치 숭숭 뚫린 허파처럼 허탈하고 엉성한 청춘을

한 권의 소설집으로 담아내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고.

누가 나에게

당신을 좀 더 알고 싶다고 묻는다면

그때 나는 당신의 '먼 북소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 말해 주리라.

소설가 윤장근은

이미 이 땅을 떠나가셨으나

그의 마음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한 권의 참한 소설집이 여기 있어

당신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노라고.

당신은 일찍이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가서 배움에 열중하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떠밀려서 대구로 내려와

열렬한 문학청년으로 삶과 죽음을 노래하다가

어느 날 좋은 사람들 만나서 소설가가 되었다고.

당신은 옳고 그름이 분명하였고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지극히 싫어했으며

허튼수작이라고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였고

문학은 혼자서 사유하고 즐기는 것이란 신념으로

오로지 원고지의 빈칸을 메우느라 날밤을 지새웠다고.

그러다 마침내 병이 들어

젊음을 불태웠던 열정도 잠재우고

아끼던 신라 토기들도 저만치 밀쳐놓고

읽고 쓰느라 겹쳐 쓰던 돋보기안경마저 접어둔 채

이제 여기 지극한 사랑 속에 고요히 누워계시노라고.

-소설가 윤장근 선생 영전에 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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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소설가 윤장근 이상화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이 24일 새벽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3년 대구에서 출생한 선생은 1957년 경북문학협회 창설위원으로 참여하였고, 대구문협 소설분과위원장, 죽순문학회장 및 이상화기념사업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매일신문에 중편 '살풀이 변조'(1987)를 연재하였으며, 소설집 '돌아온 사람'(1987), '산성의 바람소리'(1997), '먼 북소리'(1996) 등의 창작집과 '문화재 기행' '대구문단인물사'(2010) 등의 저서가 있고, '이상화문학앨범'과 '영광의 뒤안길에서' 등의 편저가 있다. 금복문화상, 대구광역시문화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정자, 아들 현준(SK하이닉스 팀장), 자부 임은희, 딸 경숙·은숙, 사위 전병익(동양대학교 교수), 전재학(사업) 씨가 있다. 빈소는 대구전문장례식장 귀빈실 201호, 장지는 군위 천주교 공원 내 납골묘이다. 발인은 26일(금) 오전 9시, 장례는 죽순문학장으로 치러진다. 010-2992-3106.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기사 작성일 : 2015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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